일렉기타 시장의 몰락 (락은 죽었다?)

  • 기타

작년 6월 워싱턴포스트지에 The Slow Secret Death of The Electric Guitar라는 기사가 났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렉기타의 시대가 죽어간다는 내용이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 3월에는 그 유명한 기타 제조회사 Gibson(깁슨)이 파산을 신청했다.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는 이렇게 말한다. 일렉기타 시장이 저물었다고. 락은 죽었다고.

그러나 여기서 간과한 점이 있으니 기사 내용과 함께 다시 짚어보고자 몇 자 남길까 한다.

1. 중고시장이 훨씬 커졌다.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일렉기타는 원래 1년에 150 만 대씩 팔렸으나 최근 10년 사이에 100만 대 정도의 수준으로 그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건 새(new) 기타의 판매량이지 실제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타의 판매량이 아니다. 기타(특히 일렉기타)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악기다. 국내 중고기타 거래 사이트 뮬(mule)만 봐도 하루에도 수십, 수백건의 중고기타 매물이 올라온다. 심지어 오래전에 생산된 명기들은 1억원이 넘는 금액으로 중고시장에서 거래될 정도다.

더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중고 기타를 살 수 있는 시장이 활성화 됐기 때문에 새 기타 판매량이 더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

2. 여전히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 아티스트가 사랑을 받는다.

John Mayer

워싱턴포스트 기사에서는 Beatles, Eric Clapton, Nirvana, Jimi Hendrix 등을 언급하며 요즘엔 사람들이 더 이상 이런 기타 히어로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물론 옛날 공연 영상들을 보면 관중들이 아티스트에게 보여주는 광적인(?) 사랑이 느껴지긴 한다. 여성 팬들이 입고 있던 속옷도 막 무대로 벗어 던지던 시대였으니까.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 아티스트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끈다. 더 멋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세계적인 팝스타 John Mayer나 Ed Sheeran도 모두 공연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새소년이 그나마 가장 락스타에 가까운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파도라는 곡의 기타 연주를 보면 누가 봐도 멋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새소년의 황소윤(보컬, 기타)도 전설적인 블루스 기타리스트 Stevie Ray Vaughan의 빠순이 팬이라고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음악 페스티벌만 가봐도 다들 기타 들고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오디션 프로그램을 봐도 기타를 들고 나오는 참가자들이 많다.

꼭 기타 히어로가 되고 싶어야 새 기타를 살까? 강렬한 기타 솔로나 속주를 하는 그런 화려한 연주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아니더라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3. 기타는 거의 모든 장르에 사용되는 악기다.

“일렉기타 = 락 음악에서 쓰는 악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좡좡좡 디스토션 사운드가 대표적이라 그런 인상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기타는 거의 모든 장르에 활용된다. 요즘 유행하는 힙합, 알앤비 소울부터 팝은 물론이고 댄스음악부터 발라드, 재즈까지도… 음악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기타가 안 들어가는 장르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EDM처럼 주로 미디 작업으로만 작곡하는 장르가 아니고서야…)

일렉트로니카(?) 장르의 음악을 하는 Daft Punk의 Get Lucky를 들으면 일렉기타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일렉기타는 이펙터를 사용해서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어서 곡을 녹음할 때 정말 유용하다. 기타는 너무나도 쓸모가 많은 악기임에 분명하다.

4. 기타는 음악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악기다

기타는 정말 배우기 쉬운 악기다. C코드 G코드만 잡아도 곡을 연주할 수 있고, 별 다른 주법이 없더라도 줄을 퉁기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를 수 있으니까.

물론 악기 없이 미디 작업만으로 작곡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도구가 좋아져서 악기 없이도 누구나 작곡을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는 이미 등단하지 않아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입봉하지 않아도 영상을 찍고 편집해 유튜브에 올릴 수 있지 않은가.

악기 없이 작곡을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일렉기타 시장이 저물었다고 얘기하려면 피아노의 시대는 갔는가, 드럼의 시대는 갔는가~ 마찬가지의 얘기가 나와야 한다. 악기의 시대가 갔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누구나 곡을 쓰고 자신의 곡을 웹에 올릴 수 있는 요즘 시대에도 여전히 자신이 가장 익숙한 악기로 작곡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렉기타가 서서히 죽어간다고…? 음… 나는 잘 모르겠다. 기타는 여전히 너무나 매력적인 악기다. 그렇게 쉽게 죽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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