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연주하는 태도에 대해 (Offensive vs Defensive)

  • 기타

전설적인 음악가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Anybody can play.
The note is only 20 percent.
The attitude of the motherf—er
who plays it is 80 percent.

연주는 누구든 할 수 있다.
음이 차지하는 건 20%밖에 안된다.
나머지 80%는
그 음을 연주하는 사람의 XX한 태도다.

이 글귀를 보니 나도 기타를 치는 입장에서 많은 생각이 들어서, 기타를 치는 태도에 대해 몇 자 남겨본다.

연주자의 태도가 왜 중요한가 (특히 기타에서)

기타는 줄을 손으로 직접 만져서 울리게 함으로써 연주를 한다. 단순히 스위치나 버튼을 조작해서 정해진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다. 피아노와 같은 악기도 물론 망치로 줄을 때려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타건감(?)이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기타만큼 사람 몸이 줄에 직접적인 터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기타는 줄이 손 끝에 닿는 악기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줄을 손의 어느 부분으로 터치하는지, 얼마나 세게 누르거나 튕기는지, 얼마나 그 손가락을 움직이는지 고스란히 음색에 묻어 난다. 심지어 같은 악기로 도(C)를 치더라도 누가 치느냐에 따라 그 음색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기타는 그렇게 예민한 만큼 연주자의 태도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악기다.

그래서 기타 실력이라는 것은 단순히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음을 연주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태도로 줄을 다루는지, 어떤 뉘앙스를 풍기는지에 따라 진짜 연주 실력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우리는 음악을 연주할 때 종종 ‘틀렸다’는 말을 한다. 과연 음악에서 맞고 틀린 게 있을까.

어떤 틀로 음악을 이해하고 바라볼 것인가에 달렸겠지만, 일단 음악은 기본적으로 물리적, 수학적인 영역이다. 공기가 진동하면서 생기는 주파수가 우리 귀에 음으로 들리는 것이고, 이 주파수들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듣기 편안하기 때문에 곡을 연주하다가 특정 음을 쳤을 때 마음이 불편해지거나 뭔가 어색하게 들리는 경우가 있다. 이게 흔히 말하는 ‘틀린 음’이다. Avoid Note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말 그대로 피해야 하는 음이라는 얘기다.

나도 지금까지는 내가 연주할 때 피해야 하는 음들에 신경을 쓰고 지냈던 것 같다. 내가 기타를 배운 과정을 돌이켜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처음 기타를 연습할 때 코드를 외우면서 그 코드를 구성하는 음들을 정확히 짚는 방법을 익혔다. 조금 지나면 펜타토닉 스케일이나 메이저 스케일 같은 걸 배우면서 음의 배열을 익혔다. 내가 짚어야 하는 음들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으면서 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최대한 안 틀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방어적인 태도는 접어두고 공격적인 연주를 하기로

안 틀리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편의상 ‘방어적’인 태도로 불러도 좋겠다. 아무튼 이 놈의 방어적인 태도는 방구석에서 혼자 연습할 때는 그나마 그렇다고 쳐도, 정작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할 때는 오히려 내 발목을 잡곤 했다. 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자세도 얼어 붙고, 평소에는 잘 되던 프레이즈도 소극적으로 연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연주를 하다가 실제로 틀리면 혼자 민망해서 표정 관리가 안 되거나 다른 연주자들의 눈치를 살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얼마나 대단한 공연을 한다고 그렇게 소심하게 연주를 했을까 싶다. 어차피 틀려도 아무도 모르는데.

아무튼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을 좀 바꿨다. 틀리면 틀리는 대로 뻔뻔하게 치기로. 벤딩하다가 음이 덜 올라가면 일부러 한 번 더 쳐서 다음 박자에 정확한 음으로 보정을 하거나, 틀린 음을 슬라이드로 수정하는 등 임기응변을 할 수도 있고, 어차피 틀려도 나 밖에 모르는 것 같더라. 보컬이 노래를 하는 대부분의 공연에서는 드럼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잠깐 틀려도 여차여차 잘 넘어가게 되어있다.

나는 오히려 틀려도 좋으니 내가 치고 싶은 대로, 최대한 뉘앙스와 다이나믹을 살려서 치는 쪽으로 태도를 좀 바꿨다. 일명 공격적인 연주? 그러고 나니 평소에 연습할 때도 훨씬 에너지가 나기도 하고, 아이디어도 조금 더 생겨서 즉흥 연주나 변주가 이전보다 더 수월해진 것 같기도 하다. 공연도 훨씬 더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틀리면 안 된다는 방어적인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전보다 많이 나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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