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agile)’이라는 표현은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 혹은 철학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agile의 사전적 의미는 ‘날렵한, 민첩한, 재빠른, 기민한’이다. 어쩌다 이 단어가 하나의 방법론이나 철학으로 널리 유행하게 되었는가.
위키피디아를 참고하자.
https://ko.wikipedia.org/wiki/애자일_소프트웨어_개발
그리고 이제 애자일이라는 용어나 개념은 소프트웨어 개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인사(HR) 분야에서도 애자일 한 접근을 도입하는 추세다.
HR, 애자일을 도입하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코리아, 2018)
요약해보면 대충 이런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좀 재구성했다.)
- 평가: 1년에 한 번씩 진행하던 인사평가(고과)도 수시, 프로젝트 단위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 교육: 짧은 수업이나 동영상 강의 등 bite-size learning, microlearning 단위로 학습을 진행하며, 그 내용을 직접 적용해보고 공유 및 피드백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 보상: 연말에 급여 인상을 하는 게 아니라 성과를 낼 때마다 보너스를 지급함으로써 동기부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 조직: 큰 사업적 목표와 개인의 성과, 역량 등에 맞게 팀을 구성하던 방식에서 프로젝트별로 팀을 짜고 업무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 채용: 포지션에 적합한 인재를 빠르게 탐색하고 수시로 여러 건의 채용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제 애자일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애자일 선언문이 발표된지 약 2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어쨌든 그만큼 모든 분야에서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 아닐까.
치타의 애자일
우연히 이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치타는 사냥 성공률이 굉장히 높은 편에 속하는 동물이며, 그 비결은 빠른 주력이 아니라는 연구가 발표되었다고 한다. 시속 100km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실제로 사냥할 때는 전속력으로 달리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이다.

결국 주력보다는 민첩성이 사냥을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였다. 초식 동물들은 포식자가 달려드는 걸 피하기 위해 요리조리 방향을 바꾸면서 도망가는데, 치타는 그때마다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고 방향을 빠르게 전환하는 모양이다.
이게 바로 애자일 아닌가?
<애자일 소프트웨어의 12가지 원칙>을 읽고 치타와 비교해보자.
-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가치 있는 소프트웨어를 일찍 그리고 지속적으로 전달해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 비록 개발의 후반부일지라도 요구사항 변경을 환영하라. 애자일 프로세스들은 변화를 활용해 고객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게 한다.
-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자주 전달하라. 두어 주에서 두어 개월의 간격으로 하되 더 짧은 기간을 선호하라.
- 비즈니스 쪽의 사람들과 개발자들은 프로젝트 전체에 걸쳐 날마다 함께 일해야 한다.
- 동기가 부여된 개인들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구성하라. 그들이 필요로 하는 환경과 지원을 주고 그들이 일을 끝내리라고 신뢰하라.
- 개발팀으로, 또 개발팀 내부에서 정보를 전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면대면 대화이다.
- 작동하는 소프트웨어가 진척의 주된 척도이다.
- 애자일 프로세스들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장려한다. 스폰서, 개발자, 사용자는 일정한 속도를 계속 유지 할 수 있어야 한다.
- 기술적 탁월성과 좋은 설계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기민함을 높인다.
- 단순성이 ─ 안 하는 일의 양을 최대화하는 기술이 ─ 필수적이다.
- 최고의 아키텍처, 요구사항, 설계는 자기 조직적인 팀에서 창발한다.
- 팀은 정기적으로 어떻게 더 효과적이 될지 숙고하고, 이에 따라 팀의 행동을 조율하고 조정한다.
애자일의 원칙이 치타의 사냥에서는 어떻게 적용될까.
(1) 사냥은 가급적 빨리 끝내는 게 좋다. 체력 소모가 상당해서 한 번 제대로 달리면 다시 그 정도의 주력을 내기 쉽지 않다.
(2) 그러나 초식 동물들은 방향을 요리조리 바꾸면서 끊임 없이 움직인다. (3) 그래서 치타도 더 자주 속도와 방향을 바꿔주어야 한다.
(9)그러기 위해서는 먹잇감이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시선을 두고 지속적으로 따라가야 한다.
(9) 그리고 불필요하게 속도를 내서는 안 된다. 움직임은 최소한으로 해서 효과적으로 체력을 사용해야 한다.
(12) 치타의 사냥 패턴을 살펴보면 이런 일련의 과정을 잘 숙고하고 먹잇감의 움직임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없진 않으나 어쨌든…
목표나 요구사항이 끊임 없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일을 한다면 치타의 애자일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