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을 읽고

그동안 책을 읽고 그 이후에 뭔가 활동을 한 적이 없었다. 빌려 읽은 책이면 그대로 다시 반납했고, 사서 읽은 책이면 중고서점에 가서 되팔아버리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지나면 내가 무슨 책을 읽고 살았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앞으로는 책을 읽고 간략히 요약을 남겨보기로 했다. 여기에 내 생각까지 덧붙을지는 모르겠다. 우선 짧게나마 내가 무슨 책들을 읽었는지 기록하는 차원에서 오늘부터 시작하려 한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평균의 종말』이다.

찾아보니, 저자는 TED에서 The Myth of Average(평균의 미신)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하기도 했다.

아무튼 책 내용을 목차 순으로 간략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제1부. 평등의 시대

우리가 평균에 얼마나 매몰되어 있는지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노르마(Norma) 찾기가 있다. ‘노르마’는 미국의 부인과 의사 로버트 디킨슨이 수천 건의 여성 신체지수 자료로 평균을 구해 만든 전신상인데, 심지어 이 노르마와 신체 지수가 가장 가까운 여성을 뽑는 대회까지 열리게 된다. “이상적 신체를 지닌 미국 여성을 찾습니다!” 미국 여성의 ‘정상 체격’을 평균의 개념으로 판단하는 신념의 산물이었고, ‘노르마’와 닮지 않은 여성은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한다는 조언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대회 대다수 참가자 중 9개 항목의 치수 중 5개 항목에서 평균치에 든 여성은 3864명 중 40명도 되지 않았고, 9개 항목 모두 평균치에 가까운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평균적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노르마 조각상

이 “평균”이라는 개념은 19세기 아돌프 케틀레(Adolphe Quetelet)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이라는 사람들에 의해 과학, 수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각광을 받았다. 평균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며 개개인은 오류라고 보았고, 한 가지 일에 탁월한 사람은 대다수의 일에서도 탁월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신념이 깔리기도 했다.

산업계에서는 프레데릭 윈즐로 테일러(Frederick Winslow Taylor)가 주장한 과학적 관리법과 표준화 시스템, 일명 테일러리즘(Taylorism)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게 되었다. 그동안 개인의 장인 정신을 발휘하던 생산자들이 표준화된 생산 방식으로 기계처럼 일을 하면서 생산성이 극대화 되었다.

바야흐로 모던타임즈의 시대

20세기 초 테일러주의가 미국 산업을 탈바꿈시키면서 교육계에서도 공장식 학교교육의 바람이 불었다. 이제 교육의 새로운 임무는 테일러화된 산업체에서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평균적인 근로자를 길러내는 것이 되었다. 결국 개개인보다 시스템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으며 학생들은 사회에서 적절한 위치에 배정 받도록 유형과 등급을 부여 받았다.

그러나 개개인성이 무시되는 점을 꼬집으며 개인이 하나의 점수로 평가 받는 것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들이 생겨나게 된다. 평균주의의 주된 연구 방법은 종합 후 분석(aggregate, the analyze)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과학은 분석 후 종합(analyze, the aggregate)을 유도한다. 발달심리학 같은 분야에서 이런 접근으로 의미 있는 연구가 발표되었고, 미 공군 비행기 조종사의 조종석도 평균 신체 지수에 맞춰 설계하는 게 아니라 개개인에 맞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제안이 채택되기도 했다.

제2부. 개개인성의 원칙

2부에서는 평균주의가 아닌 개개인학에 의거한 3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1) 인간은 다차원적이다.

체격이 크다는 얘기로 인간을 설명할 수 없다. 키는 평균 이상이지만 체중은 평균 이하일 수도 있고, 그외에도 체격을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 이를 테면 어깨너비, 팔 길이, 가슴둘레, 허리둘레, 다리 길이 등도 들쭉날쭉할 수 있다.

IQ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어능력이 좋은 사람도 있는 반면, 작업기억이 좋은 사람도 있다.

인간은 일차원이지 않다. 이렇게 들쭉날쭉한 측면을 인정하게 되면, 개개인의 미발굴된 잠재력을 보고 그걸 강점으로 활용하도록 이끄는 동시에, 약점을 간파해 그 약점을 보완하도록 할 수 있다. 평균 중심의 견해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다차원성(들쭉날쭉한 측면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인간은 맥락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

예전부터 특성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이 내향성이나 외향성 같은 명확한 성격 특성들로 규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테면 MBTI 같은 심리검사가 이러한 주장을 대표한다. 이런 검사를 접하면 본능적으로 우리의 성격을 그 체계에 따라 구분하면서 선뜻 자신이 내향형인지 외향형인지, 사고형인지 감정형인지, 판단형인지 인식형인지 끼워맞춰 결정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의 성격을 설명해야 할 때도 그 사람의 두드러지는 특성을 늘어놓는 경향이 생긴다. 이러한 특성론이 대세로 올라선 이유는 우리 개인적 의식이 잘 맞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표값으로 믿어버리고 설명하는 게 무엇보다 쉽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을 본질주의 사고(essentialist thinking)한다. 본질주의 사고는 유형화의 결과인 동시에 원인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성격을 알면 그 사람을 특정 유형으로 분류해도 된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 분류는 우리의 행동을 실제로 설명하기 어렵다. 맥락의 원칙(context principle)을 철저히 무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동은 특성과 상황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난다. 본질적 기질 같은 건 없다. 만약 내가 사무실에 있으면 조금 내향적이지만, 친구들을 만날 땐 약간 외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주 내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나의 행동도 다르게 나타나고 이는 If, then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이를 테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학생이 둘 있다고 해도, 이 둘은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공격성을 보일 수 있다.

기업에서도 누군가를 채용할 때도 꼭 “커뮤니케이션에 능한”이라는 표현이 들어가곤 하는데, 사실 다방면에 걸친 커뮤니케이션 능통자 같은 건 없다. 여러 맥락이나 장면에 따라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고객을 대할 때, 회사 이해관계자를 대할 때, 혹은 부하직원을 대할 때 커뮤니케이션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자신이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맥락이 무엇인지 스스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사실 이보다 더 어려운 건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할 때다. 특히 타인이 어떤 걸 잘하도록 돕는 역할이 주어지면 그 사람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는데, 이 상황이 되면 상대편의 맥락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맥락을 상대방에게 투영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나의 맥락에서만 상대방을 바라보고 파악하려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게 될 수 있다.

3) 인간의 발달과 학습에서 ‘정상적인 경로’라는 건 없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관심은 영유아의 발달에서 극대화 된다. 이를 테면 어느 시점에서 허리를 세워 앉고, 어느 시점에서는 걸음마를 하는지, 언제부터 말을 하는지. 그런데 실제로 이러한 정상적인 발달이나 경로가 뚜렷하게 나타나진 않는다. 게다가 교육 과정 이후 우리 삶에 있어서도 ‘정상적’인 경로라는 걸 기대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면 초중고 교육을 12년 받은 뒤 대학에서 4년을 보내고 주니어 엔지니어로 취직한 다음 수석 엔지니어, 프로젝트 매니저, 부서장, 엔지니어 부문 임원 등으로 착착 승진하길 바라는 거다. 최선의 경로가 있고 그걸 잘 따라가면 된다고 믿는 거다. 과연 이게 누구에게나 다 맞는 이야기일까? 그리고 인간의 발달이나 학습에서는 속도를 매우 중요시하는데, 더 빨리 익힐수록 학습 능력이 우수하다고 믿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는, 그 어떤 특정 목표를 위한 여정 역시 똑같은 결과에 이르는 길이 여러 갈래이며, 그 길은 저마다 동등한 가치를 갖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경로는 개개인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어떤 이의 방법이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대신 자신의 다차원적인 측면들을 잘 인식하고 자신과 잘 어울리는 맥락에서 노력하면 얼마든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제3부. 평균 없는 세상

개개인성의 원칙으로 성장한 기업들도 있다. 직원들 채용과 교육에 개개인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책에서는 코스트코(Costco), 조호(Zoho), 모닝스타(Morningstar) 사례를 설명한다.

이어서 교육계에서도 이러한 개개인성에 초점을 두기를 기대한다.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일차원적 등급 매기기이고, 다른 모든 학생과 똑같이 하되 더 뛰어나도록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개개인성을 발현하기보다는 감추는 데에 급급하게 된다. 저자는 기존 시스템의 평균주의 구조에서 학생 개개인을 중요시하는 시스템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3가지 개념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학위가 아닌 자격증 수여
  • 성적 대신 실력의 평가
  • 학생들에게 교육 진료의 결정권 허용하기

더 자세한 내용은 책을 직접 참고하자. 의외로 교육에 대한 저자의 제안에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회사에서도 흔히 말하는 인재상, 혹은 각 직무에 맞는 역량모델링 같은 걸 하는데, 이것도 어찌보면 노르마(Norma), 평균 찾기의 일종인 셈이다. 실제로 그 이미지에 맞는 개인이 몇이나 존재할까. 어쨌든 이 책은 쉽게 읽히면서도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별점을 준다면 3점 정도?

평균의 종말

★★★☆☆

“『평균의 종말』을 읽고”의 2개의 댓글

  1. 포스트 잘 읽었습니다! 역량이 극대화되거나 축소되는 맥락들을 찾아 개발하고 보완하는 것이 주요하겠네요. 취준할때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을것 같아요 ㅎㅎ 그리고 책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져서 방금 구매했습니다ㅋㅋㅋㅋ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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