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일으키는 인간의 13가지 감정 (데이터 시각화)

최근에 음악에 대한 재밌는 연구를 발견했다. UC 버클리 연구자들이 미국과 중국에서 20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준 뒤 그에 대한 감정 반응을 분석했는데, 그 감정들이 결국엔 총 13가지로 분류된다는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궁금해서 논문을 직접 찾아보니,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찾을 수 있었다. 논문 제목은 <What music makes us feel: At least 13 dimensions organize subjective experiences associated with music across different cultures>.

연구 결과 요약

논문이 너무 길어서 (영어가 짧고 연구 방법론 지식이 미천하여…) 굳이 다 읽진 않았지만, 그래도 대표적인 결과만 요약해보자면, 처음엔 28가지 정도의 감정 목록을 주고 그 감정이 얼마나 느껴지는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는데, 결국 아래와 같이 13가지로 정리되었다고 한다.

위 그림은 요인 분석 결과 요인 부하량을 가지고 t-SNE라는 차원축소 기법을 통해 2차원에 표현한 것이다.

인터랙티브 맵 웹페이지 제공

더 재밌는 건 이렇게 분석한 데이터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 맵 형태로 웹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는 거다.

https://www.ocf.berkeley.edu/~acowen/music.html#

  • 마우스 커서를 특정 알파벳에 올려놓으면 그 감정이 두드러지는 음악을 실시간으로 재생시켜준다. (여기서 알파벳은 가장 두드러지는 감정/정서에 대한 기호를 표시한 것이다.)
  • 두 번 클릭하면 유튜브 영상이나 그 음악에 대한 소개 페이지로 넘어간다.
  • 알파벳을 마우스로 드래그해서 다른 곳으로 옮겨서 본인만의 맵을 만들 수도 있다.

데이터 세트 및 분석 소스 코드 공개

대체 무슨 음악들로 어떻게 분석해서 이런 맵을 만든 것인지 궁금해서 논문을 뒤져보니, 아래 링크를 통해 요청 양식을 작성하면 데이터 세트와 분석 코드를 다운 받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https://forms.gle/73Diih84zksjkASe9

직접 다운 받아 보니 연구에 사용된 음원(오디오클립) 1841개, 그리고 각 음원에 대한 참가자 감정 체크 평균값, 그리고 요인분석 결과(요인부하량)이 포함되어 있었다. 분석 코드는 확장자 .m 파일인 matlab으로 작성되어 있어서 굳이 더 깊게 살펴보진 않았다. (매트랩 할 줄 몰라서)

아무튼 요즘은 이렇게 연구 데이터와 분석 코드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대세인 것 같다. 예전처럼 결과를 조작할 일도 없고, 그 데이터를 가지고 다른 사람이 똑같이 분석을 했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오도록 (연구의 재현성이 확보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겠지.

음원 목록을 쭉 살펴보다니 아는 노래도 좀 눈에 띄어서 미국이나 중국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얼마나 느꼈는지 몇 개 확인해볼 수도 있었다.

감정/정서의 분류

사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정서는 꽤나 오래된 관심사이고 많은 학자들의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물론 유교 문화권에서는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이라는 7가지 감정, 칠정(七情)이 익숙하다.

그러나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연구한 심리학자 Paul Ekman에 따르면 세계 어느 문화권이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는 행복, 슬픔, 분노, 놀람, 공포, 혐오(Happiness, Sadness, Anger, Surprise, Fear, Disgust)라는 6개로 정리된다고 한다. 이후에 경멸(Contempt)를 더해 7개라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 주제를 가지고 픽사에서는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이라는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정서는 총 5개다. 기쁨, 슬픔, 분노, 공포, 경멸(Joy, Sadness, Anger, Fear, Disgust). 이렇게 정서를 분류해보았을 때 결국 좋은(긍정적인) 정서는 ‘행복’이나 ‘기쁨’ 하나로 대표되는데, 이건 좀 슬프다. 인간사 행복 외에 오로지 안 좋은 감정들 뿐이라니…

물론 정서를 분류하지 않고 차원적으로 접근하는 관점도 있다. 예를 들어 쾌-불쾌, 활성-차분(?) 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놓고 정서를 분류하면 2차원에 나타낼 수도 있다.


나 개인적으로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정서를 분류하려는 시도를 하기보다는 해상도를 높이는(?) 쪽을 택하는 편이다. 어차피 우리 인간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을 때 내 감정도 그렇게 단순할리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축하하면서 동시에 부러워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면서 동시에 미워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것들을 최대한 정교하게(?), 그리고 왜곡하지 않고 솔직하게 느끼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일기를 쓰는 이유도 다 이런 이유 아닐까.

아무튼 위에서 소개한,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에 대한 연구는 이런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13개로 정리를 한 셈이다. 그동안 사람들이 음악을 보편적으로 즐겨들으면서도 정작 음악과 관련한 정서를 정리하려는 시도는 부족했던 것 같은데, 심지어 이렇게 데이터 세트를 공개하기도 했으니 앞으로 관련 연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 내 삶에도 새로운 음악들이 많이 들어올 텐데, 그것들과 어떤 식으로든 잘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혼자 가보기 어려웠던 세계로도 데려다주고, 때로는 내게 필요한 위로를 주기도 하겠지.

앞으로도 좋은 음악 많이 만나고 싶다.

댓글 남기기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