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성이 여성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가 – (2) 여전히 돈 버는 남편과 살림하는 아내에 대한 전통적 믿음이 있다.

앞선 글 <왜 남성이 여성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가 – (1) 일단 현상은 그렇다>에서 남녀 간 임금 격차와 부부의 수입구조를 살펴봤다.

현상을 보면 여전히 ‘돈 버는 남편, 살림하는 아내’라는 전통적인 프레임이 지워지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이게 자연스럽다고 믿는 걸까.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이 버는 모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걸까.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살펴보려 한다.


1. 아내가 남편보다 많이 벌면 남편은 기가 죽는다 (?)

2016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양성평등 실태조사>에서 재밌는 조사 결과를 발견했다.

가정 내 성 역할 분리에 대한 태도

두 번째 항목 ‘가족의 생계는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에 대해 동의한 여성의 비율은 14%밖에 되지 않지만, 첫 번째 항목 ‘아내의 소득이 남편의 소득보다 많으면 남편은 기가 죽는다’에 대해 동의한 여성은 23%가 넘어간다.

가족의 생계를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은 그나마 많이 사라진 것으로 보이지만, 남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남편의 소득이 더 많아야 한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는 게 충격적이다. 당연히 남편 소득이 많을 때 아내의 기가 죽는 것에 대한 논의는 없다. 대체 “기”가 뭐길래.


2. 아내가 수입이 더 많을 때 남편과 아내는 어떻게 답변하는가 (남자는 높이고 여자는 낮추고)

미국 인구조사국 (United States Census Bureau)의 통계학자들이 아내의 소득이 남편보다 높을 때 남편과 아내가 상이한 방식으로 거짓 답변을 하는 경향을 발견하여 2018년에 Manning up and Womaning down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제목도 재밌지만, 실제 내용은 더 흥미롭다.

응답 소득과 실제 소득의 격차

위 차트는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인구조사 중 소득이 얼마냐는 질문에 답한 응답을 실제 소득과 비교해본 것이다. X축이 소득분위(오른쪽으로 갈수록 소득이 높다는 뜻), Y축은 소득 설문조사에 대한 응답 소득 실제 소득의 차이(비율)을 의미한다. Y축 0이면 실제 소득과 차이 없이 답변한 것이지만, 0보다 크면 실제 소득보다 과장된 답변을, 0보다 작으면 실제 소득보다 줄여서 답변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남편이 아내보다 많이 버는 경우는 Traditional, 아내가 남편보다 많이 버는 경우는 Non-traditional로 표시했다.

전반적으로 우하향하는 것을 보니, 못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실제 소득보다 높게 응답하고, 잘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실제 소득보다 낮춰서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트를 자세히 보면 Non-traditional(아내가 남편보다 소득이 높은 경우) 집단이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남편들은 주로 자신의 실제 소득보다 높게, 아내들은 자신의 실제 소득보다 낮게 응답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non-traditional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지만, 아내가 남편보다 많이 버는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느끼고 은연 중에 자신의 소득을 traditional한 방향으로 보고한 것이 아닐까? 만약 한국이라면? 한국에서는 남편의 기를 세워주기 위한 목적으로 그렇게 보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한국에서 이렇게 소득 과장/축소 보고와 관련한 연구는 없었다.)

어쨌든 미국인들도 아내가 남편보다 수입이 많은 상황을 마냥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3. 여성들은 왜 자신의 희망 연봉을 낮춰서 얘기하는가 (아내처럼 연기하기)

미국의 하버드, 시카고, 프린스턴 대학교의 경제학자들이 2017년에 Acting Wife(아내처럼 연기하기)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연구에서도 정말 충격적인 현상이 발견되었다.

연구 설계는 다음과 같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력개발센터에 본인의 희망 연봉, 노동 시간, 포부 등을 기록하도록 했다. 이 때 한 그룹에는 이 내용을 경력개발센터에서만 볼 것이라고 하고, 다른 그룹에는 자신이 작성한 내용을 다른 학생들도 볼 수 있도록 공개할 것이라고 안내한 것이다.

연구 결과, 남학생이나 기혼 여학생들은 두 그룹에서 전혀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특이하게도 미혼 여학생의 경우 다른 학생들에게 공개할 것이라는 안내를 들은 집단이 경력개발센터에서만 볼 것이라고 안내 받은 집단에 비해 희망 연봉 평균 금액이 1만8천 달러나 낮았고, 주당 희망 노동시간도 4시간이나 낮게 적었다.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미혼 여성들은 돈 많이 벌고 싶고, 충분히 일하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내지 못한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결혼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가 낮아질까봐 ‘저는 욕망 같은 건 별로 없는 사람이에요. 직업적인 성공보다는 가정을 돌보는 게 제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이죠.’ 뭐 이런 심리인가. 어쨌든 논문의 제목 Acting Wife(아내처럼 연기하기)처럼 미혼 여학생들은 전통적인 아내 역할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나 다름 없다. (연구결과를 못 믿겠다면 논문 링크로 첨부했으니 직접 읽어보자.)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기업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없애고,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문제가 사라질 수 있도록 (남성과 여성이 같은 비중으로 그 책임을 지고 그만큼의 시간을 쓸 수 있도록) 제도의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려면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연구, 정부의 적절한 개입, 사회적인 공감과 연대 등 모든 움직임이 맞물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가슴 속에 뿌리 깊게 자리한 성 차별적 태도에 대해 끊임 없이 스스로 묻고 답할 수 있어야겠다. 일단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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