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게임 리뷰 : 하프라이프 알릭스 (feat. 오큘러스 퀘스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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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VR 게임에는 별 관심은 없었는데,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명작이라는 후기를 하도 많이 봐서, 정말 이 게임을 해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근에서 VR 기기까지 사서 플레이를 해봤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 VR의 미래를 보았달까. 아직까지 여운이 있어 리뷰를 남기지 않을 수가 없는 게임.

일단 게임 리뷰에 앞서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 구매해서 세팅하는 과정부터 설명이 좀 필요하겠다.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 2) 세팅

내가 구매한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 2는 페이스북에서 만든 제품이다. 만약 기기에 대한 리뷰를 보고 싶다면 이 영상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많은 VR 기기가 출시되었으나 이 정도 가성비를 보여준 제품은 없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 난 당근에서 64GB 모델을 중고로 38만원에 사서 다시 38만원에 되팔았는데, 공식 홈페이지에서 정가로 새 제품을 사려면 41만원 정도 한다. (찾는 사람이 워낙 많아 중고가 방어가 잘 되기 때문에 거래의 수고로움만 감수하면 별 비용 없이 일단 써볼 수 있다는 뜻.)

그리고 VR 기기 쓰는 사람들은 안면 인터페이스(안면 폼)이니 엘리트 스트랩이니 배터리 케이스니 뭐니 해가지고 추가 악세사리를 구매하곤 하는데, 난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일단 기본 구성품만으로 써보고 이게 영 불편하다 싶으면 그때 가서 구매해도 되지. 게다가 나는 기본 구성품만으로 써도 전혀 불편함을 못 느꼈다.

기본 안면 폼의 경우에는 기본 구성품이 스펀지 재질로 되어 있었는데, 전에 쓰던 사람이 쓰던 게 왠지 찝찝했고, 그래서 공식 홈페이지에 문의를 하니까 바로 인조 가죽(?)으로 개선된 정품 안면 인터페이스 한 세트(2개)를 보내주더라. 미국에서 배송 온 건데, 일주일도 안 걸렸다.

오큘러스 퀘스트 2 안면 폼 무료로 받는 방법

안면 폼 교체와 관련해서는 공식 홈페이지의 Quest 2 탈착식 발포 고무 안면 인터페이스 리콜 게시물을 참고하면 좋다. 특정 시기 이전에 생산된 제품에서는 피부 트러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시리얼 번호 조회를 해보고, 만약 이에 해당하면 무상으로 다른 제품을 보내준다.

내가 샀던 제품은 시리얼 번호를 조회해보니 해당은 안 됐고, 그래도 I would like to receive a replacement facial interface. 라고 무작정 문의를 넣어봤다. 그랬더니 메일이 왔다.

Thank you for contacting Oculus Support. 
We at Oculus take health and safety very seriously and suggest that you contact us again if you experience any discomfort. 
In order to better understand your report please answer the following questions:

  • Can you provide some photos for review?
  • Does the reported irritation include redness or bumps?
  • Are you experiencing swelling or other symptoms?
  • Did you seek medical treatment?

질문에 다 답했고, 메일에 이마에 여드름(?) 같은 게 있는 사진을 구해서 첨부해서 보냈더니 메일로 교체 신청 링크를 보내주더라. 어쨌든 이렇게 기기 준비는 끝났다.

이제 기기를 PC에 연결하고, 스팀에서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실행해야 하는데…

오큘러스 퀘스트 2 PC 연결, 스팀 게임 실행 방법

VR 기기들은 기본적으로 기기 자체가 독립적으로 게임이나 앱을 돌릴 수 있다. 만약 PC와 연결하려면 연결 케이블을 별도로 구매하거나, 버추얼 데스트탑(일명 버데탑)이라는 별도의 앱을 설치해서 기기와 PC에 설치해서 연결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오큘러스에서 애초에 에어링크(Air Link)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잡스러운 프로그램 없이 순정으로 돌릴 수 있다. 현재 에어링크가 베타 서비스라서 불안정하고 끊기니 뭐니 하는 사람들 있는데, 아니다. 정말 잘만 된다. 그리고 애초에 인터넷 속도가 초고속으로 잘 나와야 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나는 그냥 평범한 요금제인데도 잘만 돌아갔다.

  1. 일단 PC에 오큘러스 앱(프로그램)을 설치한다. 그리고 실행한 뒤 ‘설정‘ 탭에서 ‘베타’로 들어가면 Air Link가 있는데, 이를 켜놓으면 된다. 그리고 VR 기기를 PC에 연결된 공유기의 와이파이로 잡으면 내 PC와 연결할 수 있다.
  2. 그리고 PC 스팀에서는 미리 SteamVR 이라는 걸 설치해놓아야 한다. 실제로 게임은 오큘러스에서 바로 실행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SteamVR을 실행하면 그 안에 VR 지원하는 게임 목록이 뜨는데 그 중 게임(예를 들면 하프라이프 알릭스)을 선택해서 실행하는 방식이다.

어쨌든 이런 세팅 참 귀찮고 번거로워서 안 좋아하는데, 어쨌든 한 번만 하면 되니까 어떻게든 해냈고, 우여곡절 끝에 게임 실행 성공!

이제야 게임 리뷰를 남길 수 있겠다.

하프라이프 알릭스 리뷰

내가 VR 게임을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게임을 하며 감탄한 점을 몇 개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장점 1. 몰입감

아무리 VR로 게임을 하더라도 이게 결국 화면 속 그래픽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지만, 막상 기기를 쓰고 그 세계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유튜브로 다른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화면 백 번 봐도 소용 없다. 직접 기기 쓰고 그 세계에 들어가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래픽도 꽤나 훌륭해서 정말 실감난다. 전투를 할 때도 나도 모르게 엄폐물 뒤에 쪼그려 앉아 숨을 고르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적과 싸우다가 신음이나 욕이 새어나오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특히 챕터 7 <제프>를 플레이할 때는 병 깨뜨려서 유인하고 안 들키게 쪼그려 도망다느라 정말 무서웠다. (역대급 공포물 ㄷㄷㄷ)

장점 2. 물리적 상호작용

VR이 이미 꽤나 발전한 수준일 거라 물리적 상호작용에 대해 어느정도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로 디테일 할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다. 누구나 이 게임 시작하면 주변 물건을 집어서 흔들거나 던져보고, 문을 열고 닫아보고, 마커로 벽에 낙서를 하는 등 호기심에 휩싸여 시간을 꽤 쓰게 될 거다. 이런 상호작용은 게임이 진행되면서도 계속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는데, 개인적으로는 파밍이 생각보다 꽤 재밌었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파밍할 수 있는 아이템이 플레이어 눈에 잘 띄게 알아서 하이라이트 되는데, 이 게임은 그렇지가 않다. 주변의 상자를 뒤집어보거나 깨뜨리리면, 혹은 큰 물건을 치워야 숨겨진 아이템들이 나타난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줍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장점 3. 현실적인 인터페이스

이 게임은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화면에 내 체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총알이 몇 발이 있는지, 적의 체력은 얼마나 되는지 이런 정보를 전혀 표시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엔 좀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현실에서 내가 보는 시야가 딱 이런 모습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러한 점을 게임 내에서 어떻게 보완해서 플레이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는지 생각해보면 이 게임이 다시 한 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테면 체력은 전투 장갑 위에 표시 되기 때문에 손등을 확인하면 되고, 탄약은 실제로 총을 들어 탄창에 표시 되도록 해놓았다. 적의 체력은 모르지만 무기를 업그레이드 하면 어디가 적의 약점인지 하이라이트 되기도 한다.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아이템이라고는 탄창과 레진(무기 업그레이드 재료) 정도로 최소화 해놓았기 때문에 가방에 무작정 담기만 하면 되는 거다. 실제로 가방에 넣기 위해서 아이템을 잡고 어깨 뒤로 넘기는 동작을 하면 보관이 되는 방식도 신선했다. 회복 주사기는 허벅지에 꽂으면 체력이 조금 차도록 해놓았는데, 이러한 설정도 너무 재밌었다. (군대에서 본 아트로핀? 그 화생방에서 허벅지에 찌르라고 배운 주사기 생각 나더라.)

장점 4. 실감 나는 전투 방식

이 게임은 현실과 같은 몰입감을 주기 위해 한정된 자원을 제공한다. 즉, 탄약과 체력 회복 주사기를 아껴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기 업그레이드도 모두 다 하긴 어렵기 때문에 내게 필요한 기능을 잘 선택해서 먼저 업그레이드 하는 게 좋다. 이런 시스템은 <라스트 오브 어스>와 같은 게임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경험 했을 거다. 어쨌든 이러한 시스템 때문에 몰입이 정말 잘 되더라. 전투할 때 다 써버린 탄창을 수시로 새 걸로 교체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좀 있었지만 그래도 시간 지나면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고, 실제로 수류탄을 던지는 동작을 하면서 실감나게 전투를 할 수 있었다. 간혹 게임이 좀 어렵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그 점은 좀 동의하기 어렵다. 정말 적정한 수준이다. 게임 난이도가 아마 총 4개로 나뉘었던 것 같은데, 나는 기본값 ‘보통’으로 플레이했고, 그래도 게임이 하기 싫어질 만큼의 큰 어려움은 못 느꼈다. 재밌고 도전적인 수준이고, 어차피 저장과 불러오기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순간부터 다시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이런 많은 장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단점 1. 스토리

일단 VR이 주는 시각적인 자극 때문에 스토리에 집중이 오히려 잘 안 되더라. 일단 내 눈 앞에 있는 것들을 만져보고, 나타난 적들을 처리하기 바빠서 그런진 몰라도… 아무튼 마음에 여유가 좀 없었다. 내가 전작 하프라이프 1,2를 못 해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엔딩에서 전작과의 개연성을 발견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건 플레이 타임이 좀 짧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챕터 11까지 끝내는데, 나는 총 14시간 정도 걸렸다. 한 챕터에 1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한 챕터씩 끊어서 플레이 하긴 좋았는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거나 이런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단점 2. 퍼즐

VR을 활용한 퍼즐이 처음엔 생각보다 신기하긴 했는데, 하다 보니 그 패턴도 단순하고 결국 같은 방식의 퍼즐을 반복하는 느낌이어서 좀 아쉬웠다. 애초에 이 게임에서 퍼즐의 비중이 큰 건 아니지만, 그래도 퍼즐 설계에 조금 더 공을 들였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단점 3. 근접 전투방식의 부재

권총, 샷건, 라이플을 활용한 총기전은 재밌었지만, 근접전도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아쉬웠다. 건물 내에서, 혹은 좁은 통로를 지날 때 분명 적을 가까이 마주칠 기회가 있는데 임시 방편으로 칼질을 한다거나 물건을 내려치거나 던져서 대미지를 입히지 못하는 게 좀 답답할 때가 있었다.

(주의) VR 기기 사용으로 인한 3D 멀미

이건 개인차가 있긴 할 텐데, 나는 VR 기기에 익숙하지 않았던 탓인지 초반에 멀미가 좀 있었다. 특히 이동할 때나 시야를 좌우로 회전시킬 때 이런 현상이 심했는데, 점점 가슴이 답답해져서 게임을 오래 플레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3D 멀미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래픽/컨트롤 옵션을 바꿔보면서 적응하게 됐다. (일단 시야 좌우 전환은 컨트롤러로 하면 어지럽기 때문에 직접 몸을 돌려서 확인하는 방식으로 해놓는 게 좋더라.) 초반에 챕터 3정도까지는 멀미를 강하게 느껴서 30분 정도 하고 나면 10분간 쉬곤 했는데, 게임 중반부터는 적응해서 1시간 정도는 아무 무리 없이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

혹시라도 3D 멀미를 느낀다면 그래픽/컨트롤 옵션을 좀 조정해보고,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하다는 걸 알아두자. 어쨌든 결국 적응하게 되더라.


이런저런 장단점을 언급했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나온 VR 게임 역사상 최고의 게임으로 찬사를 받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올 모든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VR게임은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표준이 될 수 밖에 없다.

VR 기기를 사면 무조건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 VR 게임의 방향성을 제시한 게임.

Half-Life: Alyx
(하프라이프 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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